2025년 상반기 회고

Jun 04, 2025 · 15 min read

이번 상반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슈가 있었다. 연애, 진로 방향성 전환, 그리고 입사 후 빠른 퇴사다.

불과 6개월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번 반기는 내게 있어 갈팡질팡하면서도 중요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세운 시기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 결단력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여러 갈래에서 망설이고 주저했던 순간이 많았다. 개발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결국 다른 길을 택했고, 창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창업은 두려워 막연히 취업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반기는 내가 외면해왔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두려움에 외면했던 가능성을 다시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제 그 흐름과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PM으로 진로를 변경하다

1월까지만 해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이었다. 스터디를 하고, 지원서를 작성하며 인턴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주변에 뛰어난 개발자들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점차 자신감을 잃었다. 비전공자로서 기초적인 CS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 이를 보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부담도 컸다.

또 면접을 갈 때마다 공백기 질문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시간을 쓰는 것이 리스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빠르게 발전하는 AI를 보면서, 내가 주니어 개발자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결국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은 어렵겠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로도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기획자 경험을 살려 PM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디자인, 개발, 기획의 모든 경험이 있기에 PM으로서 강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특히 지표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PM 취업기

하지만 PM은 프론트엔드보다도 신입 공고가 훨씬 적었다. 조급한 마음에 나는 회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무작정 지원했다. 너무 작은 회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 서류를 넣었고, 면접 제의는 3~4군데 정도에서 왔다. 그중 교육 도메인 스타트업에 최종 합격했다.

면접 당시 대표님이 새로운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 말에 매력을 느껴 큰 고민 없이 오퍼를 수락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회사 규모가 10인 이하라는 점, 대표님의 설명이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불안한 구석이 있었지만, 오랜 공백기에 대한 절박함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이를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해당 회사는 커뮤니티형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었고, 대표는 발표율을 높이면 재구매율이 오른다는 가설을 가지고 AI 코치 제품을 기획하고 있었다. 발표율이 낮은 원인은 실습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고 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실습 보조 프로덕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발표율이 정말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 또한 실습을 잘 따라가는 것만으로 발표율이 올라가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고, 이와 관련된 지표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발표율보다 기존 스터디의 구조나 운영 방식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초기엔 회사 히스토리도, 지표 접근성도 부족했기에 이를 제안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AI 실습 도우미 기획

AI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좋은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맥락이 중요하다. 문제 상황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맥락을 담아 상세한 프롬프트를 작성해야 하지만, 스터디 구성원들은 AI 사용 경험이 많지 않아 이런 작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음성과 화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LLM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 구조를 구상했다. STT(음성 텍스트 변환)와 스크린샷을 조합하여 여러 LLM에게 테스트했고, 음성과 화면 맥락을 추가하면  짧은 프롬프트만으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참여율이 낮아 1주차 만에 조기 종료했다. 그 후 ‘Cluely’라는 도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Cluely는 사용자의 음성과 화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LLM에게 질문할 수 있는 도구다. 이 도구를 기반으로 실습 도우미 제품을 설계해보기로 했다.

Cluely를 활용하면서 어떤 기능이 추가로 필요할지를 파악하기 위해 테스트를 기획했고, 테스트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시연 세션을 직접 운영했다. 시연 종료 후 테스트 홍보를 하고, 참여 유도를 위해 리워드(2만 원)를 제공한다는 안내를 했다. 테스트 신청 폼·안내 메일·사용 가이드를 모두 직접 준비했다. 이후 테스트 피드백을 정리하고, 유사 서비스 리서치를 통해 프로덕트 기능 확장 가능성을 문서화했다.

실습 운영과 퇴사

실습 도우미 기능 기획의 일환으로 B2C 실습 세션 참관을 시작했다. 학습 흐름을 관찰하고 필요한 기능을 파악하기 위함이었고, 당초에는 실습 일부만 참관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운영팀과 대표가 내 동의 없이 실습 운영을 모두 위임하기로 결정했고, B2C 실습 전체 운영을 맡게 되었다. 나는 운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스터디 맥락 파악도 덜 된 상황이었기에 부담을 느꼈고 참관만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후에는 B2B 실습까지 통보식으로 위임받았다.

이후 대표로부터 가족을 언급한 모욕적인 발언까지 들은 뒤, 해당 회사에서는 더 이상 존중받으며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입사 한 달 만에 인수인계를 마치고 퇴사하게 되었다.

비록 제품 개발까지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한 달간의 경험 속에서 테스트 기획부터 결과 분석, 사용자 피드백 수집과 기능 도출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며 많은 배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조직 환경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2025년 상반기 결론

이 반기는 내게 있어 “갈팡질팡하면서도 중요한 기준을 점검한 시간”이었다. 짧은 근무 경험이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몰입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하고 어떤 환경이 맞지 않는지를 더 선명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그것을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몰입을 느낀다. 결과보다는 그에 이르는 과정, 설계하고 실험하고 조정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흐름에서 재미를 느끼고,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획부터 테스트, 문서화까지 혼자 주도적으로 해내는 데 익숙하고, 단기간에 MVP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문제를 다룰 때는 현상이 아닌 본질을 파악하려 하고, 사용자 흐름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설계한다. 새로운 도구나 기술에 대한 학습도 적극적이며, 실험을 통해 실제로 검증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수직적인 구조, 통보식 지시, 논리 없는 리더십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율성과 존중이 전제된 환경에서만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으며, 의미 없는 지시에 순응하는 구조에서는 빠르게 소진된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동기는 수익이나 보상이 아니라 ‘재미’와 ‘내가 만들었다는 감정’이다. 창작 그 자체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며, 이는 금전적 성과보다 더 오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다.

결국 내게 맞는 길은 “직무”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있다. 다시 취업을 하더라도 내가 흥미를 느끼는 아이템을 다루며, 수평적인 문화와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은 쉽게 찾기 어렵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실감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나에게 맞는 방식은 실험 중심의 창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창업이 두렵고, 내가 창업을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단기 창업에 도전해보려 한다. 단기간에 MVP를 만들어 빠르게 실험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구조가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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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

카비게임즈 대표이자 1인 인디게임 개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