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데브캠프 2차 평가가 있었다. 한 달간 열심히 게임을 개발했고, 버그는 없는지, 빌드가 잘 실행되는지, 놓친 문서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 뒤 무사히 제출을 마무리했다.
지난번에는 Bake It Tight의 코어를 찾는 과정을 썼다. 여러 프로토타입을 거치면서 결국 이 게임의 핵심은 “좁은 공간 안에서 기존 라인을 살리며 새 주문에 맞게 공장을 다시 접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기본 게임의 핵심 재미는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 한 판짜리 재미는 찾았다. 다만 한 판이 재미있는 것과, 그 한 판을 계속 다시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제는 이 게임을 다시 켜게 만들 이유를 붙여야 한다.
한 판 이후의 문제
코어가 잡혔다고 해서 상점이나 출석 보상 같은 콘텐츠를 많이 붙이면 사람들이 계속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 재미를 흐릴 수도 있다. 그래서 레퍼런스 게임들을 다시 살펴봤다.
| 게임 | 리플레이 엔진 | 평가 | 참고 | Bake It Tight에 주는 교훈 |
|---|---|---|---|---|
| Despotism 3k | 랜덤 이벤트 중심 | 79% 대체로 긍정적 | 런 기반 게임. 얕은 콘텐츠와 반복성 문제가 평가 하락의 선례로 보였다. | 이벤트만으로는 반복 플레이를 오래 지탱하기 어렵다. 이벤트는 핵심 리플레이 엔진이 될 수 없다. |
| Mini Motorways | 다양한 맵 지형, 데일리/위클리 챌린지 | 96% 압도적 긍정 | 엔드리스 스코어 어택과 데일리 챌린지로 리플레이성을 확보했다. | 다양한 종류의 맵으로 콘텐츠를 곱셈처럼 늘릴 수 있다. |
| shapez | 점점 복잡해지는 퍼즐 | 96% 압도적 긍정 | 레벨 캠페인과 무한 모드가 있고, 수요 확장이 계속 재설계를 유도한다. | 새로운 레시피와 주문 요구가 기존 라인을 다시 설계하게 만들어야 한다. |
| Opus Magnum | 비용/사이클/면적 지표와 기록 비교 | 97% 압도적 긍정 | 퍼즐 캠페인, 비용/사이클/면적 비교, 솔루션 공유가 강점이다. | 점수, 최고 기록, 결과 화면만 붙어도 같은 콘텐츠를 다시 시도할 이유가 생긴다. |
게임들을 살펴보니 크게 두 가지 방향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서사가 담긴 이벤트를 추가하는 방향이었다. 런마다 특정 시점에 이벤트가 발생하고, 플레이어가 선택에 따라 다른 상황을 겪게 만들면 반복 플레이의 변수가 생긴다. Despotism 3k가 이 방향에 가깝다.
두 번째는 맵과 기믹으로 리플레이성을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매번 다른 공간, 다른 제약, 다른 요구를 주고, 플레이어가 같은 코어 행동을 다른 조건에서 반복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Mini Motorways가 이 방향에 가깝다.
처음에는 이벤트를 추가하는 방식도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서사를 붙이면 재밌는 이벤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벤트 발생만으로 다양성을 만들면, 매판의 결과가 운에 크게 좌우된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플레이어가 “내가 더 잘해서 오래 버텼다”고 느껴야 하는데, 이벤트 운이 좋거나 나빠서 결과가 갈렸다고 느끼면 공정성이 약해진다.
게임들을 분석하고 나니 방향이 명확해졌다. Bake It Tight는 이벤트로 매번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임이라기보다, 같은 핵심 판단을 다른 조건에서 반복하게 만드는 게임에 더 가까웠다.
이벤트는 분명 재밌을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다. 이벤트를 더했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리플레이성에도 한계가 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플레이를 더 다양하게 만들고, 플레이에 곱셈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일이었다.
곱셈으로 리플레이성 만들기
그래서 우선 맵을 추가하기로 했다. 다양한 형태의 맵을 만들고, 각 맵에 기믹을 붙이는 방식이다. 창구 위치, 포탈 위치, 장애물, 보드 모양, 주문 흐름이 달라지면 플레이어는 같은 기계와 레일을 쓰더라도 매번 다른 식으로 기계를 배치해야 한다.
shapez처럼 점점 복잡해지는 수요는 이미 게임 안에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문은 복잡해지고, 플레이어는 기존 라인을 고쳐야 한다. 여기에 맵과 기믹이 더해지면 콘텐츠가 단순히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합으로 늘어난다.
한편 Opus Magnum처럼 비용과 면적을 보여주는 결과 화면도 고민했다. 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했는지 점수로 보여주면, 분명 다시 도전하고 싶어진다. 더 적은 면적, 더 적은 기계, 더 빠른 해결 시간을 노리는 심리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Bake It Tight는 매번 같은 퍼즐을 푸는 구조가 아니다. 주문도 달라지고, 창구 위치도 달라지고, 플레이 중 실시간 대응이 계속 발생한다. 순수 퍼즐이라기보다 운영에 가까운 면이 있다. 그래서 기록 비교는 일반 모드에 그대로 붙이기보다, 별도의 챌린지 모드에 더 잘 맞겠다고 판단했다. 체스 퀴즈처럼 퀴즈 모드를 만든다면 여기에 붙이는 편이 자연스럽다.
장기 리텐션은 일일 도전으로 잡기
Opus Magnum을 보면서 데일리 챌린지 모드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반 모드가 Mini Motorways처럼 계속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게임이라면, 데일리 챌린지는 조금 더 순수한 퍼즐에 가깝다. 정해진 주문이 있고, 정해진 레일과 기계를 사용해서 가장 적은 면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마치 매일 하나씩 제공되는 체스 퍼즐처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조건에서 도전하고, 결과 화면에서는 면적이나 사용한 기계 수, 해결 시간 같은 지표를 비교한다. 여기에 등수까지 보여주면 매일 다시 들어올 이유가 생긴다.
장기 리텐션은 이 데일리/주간 퍼즐로 가져가고, 일반 모드는 맵과 기믹 업데이트로 확장하는 구조가 가장 자연스러워 보였다.
전체 게임 플로우
현재 생각하는 전체 플로우는 다음과 같다.
- 메인 화면에서 맵 선택 화면으로 들어간다.
- 일반 게임을 플레이한다.
- 플레이하면서 재화를 얻고, 새로운 쿠키를 발견한다.
- 획득한 재화로 상점에서 모듈을 언락한다.
- 새 모듈로 더 많은 새 쿠키를 발견한다.
- 발견한 쿠키 수가 늘어나면 새 맵이 열린다.
구조는 단순하다. 모듈 구매와 새 쿠키 발견의 동기를 맵 언락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는 새 쿠키를 발견하려고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모듈을 언락한다. 모듈이 늘어나면 만들 수 있는 쿠키가 늘어나고, 쿠키 발견 수가 늘어나면 새로운 맵이 열린다. 새 맵은 다시 새로운 제약과 기믹을 제공한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한 판 안에서 주문을 처리하는 재미가 있고, 중기적으로는 모듈과 쿠키를 모으는 목표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데일리/주간 챌린지를 하러 매일 방문할 이유가 생긴다.
서사는 뺐다
초기 기획에는 서사도 있었다. 새 쿠키를 발견하면 레시피북이 복원되고, 할머니의 친구들이 찾아와 쿠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사를 완전히 덜어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지금의 코어와 리플레이 구조를 보면, 이 게임은 서사를 따라가는 게임이라기보다 오래 반복할 수 있는 퍼즐 게임에 더 가깝다. Mini Motorways처럼 짧게 들어와 한 판을 하고, 실패하면 다시 해보고, 매일 챌린지를 확인하는 방향이 더 어울린다.
오히려 서사를 억지로 붙이면 할 일은 늘어나지만 리플레이성을 직접 강화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플레이에 변주를 주고, 경험 자체를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방향은 모바일에도 잘 맞을 것 같다. 한 판의 목표가 명확하고, 맵과 챌린지 단위로 콘텐츠를 나눌 수 있고, 매일 짧게 다시 들어올 이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맵과 밸런스
이제 7월과 8월에는 다양한 맵을 추가하고, 맵별 기믹과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동시에 데일리 챌린지의 형태도 조금씩 실험해볼 예정이다.
지난번 작업이 “이 게임의 코어가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그 코어를 중심으로 반복 플레이의 구조를 만드는 단계다.
아직 해야 할 일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반복하게 만들어야 하는지가 조금 더 선명하다.
그리고 데브캠프 2차도 합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