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핵심 게임 구성 요소다
책 The Art of Game Design을 참고하면 게임은 메카닉, 스토리, 미적 요소,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메커닉의 구성요소는 공간, 객체, 규칙, 기술, 운이다.
이번 글에서는 규칙,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게임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즉 제약의 체계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플레이하는 과정이다. 제약을 갖고 목표를 달성한 뒤에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재미를 느낀다.
플레이 → 목표 → 달성 → 보상
이 사이클이 게임 내에서 잘 돌아가면 게임이 재밌다고 느껴지며, 잘 돌아가지 않으면 지루하다고 느낀다.
내 게임이 실패한 이유
이전에 게임을 만들 때, “최대한 오래 생존하기”라는 목표를 추가하고 분명 목표가 잘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목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왜일까? 돌이켜보니 “오래 살아남아라”는 목표는 어디에도 가시화되어 있지 않았으며 장기 목표이기에 사이클 도중에 유저가 달성의 경험을 하지 못하고 지쳐서 나가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너무 쉽게 만들어버리면? 그런 게임 또한 지루할 것이다. 순식간에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허무함만 남는다.
즉, 이 밸런스를 잡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링크를 참고하면 게임 개발 경험에 대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밸런스를 잡았을까?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이 밸런스를 잡나 살펴보았다. 모바일 게임 3종을 분석했다.
- 고양이 스낵바: 방치형 타이쿤 / 경영 시뮬레이션
- 레전드 오브 슬라임: 방치형 RPG / Idle RPG
- 타일 서바이벌: 수집형 RPG, 건설 시뮬레이션, 전투 RPG
단기 목표: 사소한 성취 (30초~1분)
세 게임 모두 최상위 UI 또는 하단에 퀘스트를 상시 보여준다.
이 퀘스트들은 30초에서 1분 정도면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이고, 달성하면 재화나 아이템을 준다. “레벨업 5번 하기”, “업그레이드 하기” 같은 것들이다.
이런 퀘스트를 하다 보면 자동으로 성장하게끔 퀘스트들이 짜여져 있다. 유저들은 반쯤 뇌를 빼고 퀘스트가 하라는 대로만 따라해도 게임을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다.
모바일은 유저들이 금방 다른 일에 주의력을 뺏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퀘스트들은 단기 목표 사이클의 경험을 충족시켜주면서도 유저를 인도하는 셈이다.
“다음에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 자체를 없앤다. 유저는 찾아다니거나 헤맬 필요가 없다. 그냥 퀘스트만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게임 방식도 터득하게 된다. 현재 플레이어가 해야 할 것을 넛지(nudge)처럼 부드럽게 안내하는 것이다.
중기 목표: 다음을 향한 호기심 (30분~1시간)
물론 이와 같은 단순 퀘스트가 목표로서 계속 작동하면 게임이 금방 단조롭고 지루할 것이다.
세 게임 모두 스테이지 방식으로 게임이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스테이지를 모두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이를 맵의 형태로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이를 토대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고, 다음 스테이지 그림을 보고 호기심을 갖고 스테이지를 넘어가기 위해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런 중기 목표는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필요로 한다.
장기 목표: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 (며칠~몇 주)
이런 중기 목표를 제공하면서도 사이드로 장기 목표 또한 같이 제공하여 게임 플레이 루프를 강화한다.
고양이 스낵바나 레전드 오브 슬라임, 타일 서바이벌 모두 컬렉팅 요소를 갖추고 있다.
- 고양이 스낵바: 고양이 스킨
- 레전드 오브 슬라임: 펫, 스킬, 슬라임
- 타일 서바이벌: 영웅
게임을 하면서 이들을 모아가고 “모두 모으고 싶다”는 동기를 느끼게 하여 중기 목표를 강화해 게임 지속 요소로 만든다.
핵심은 적절한 분배다
이 세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배치하는 게 핵심이다. 단기 목표만 있으면 피상적이고, 장기 목표만 있으면 지루하다. 셋을 균형 있게 분배해야 플레이어가 지치지 않고 계속 플레이하게 된다.
결국 이런 목표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난이도로 설정하느냐가 레벨 디자인이고 콘텐츠 디자인이다. 단순히 어렵게 또는 쉽게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지루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도록 목표와 보상을 정교하게 분배하는 작업이다.
내 게임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이 밸런스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표는 있었지만, 달성 가능한 단위로 쪼개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 밸런스는 분배에서 나온다
게임을 분석하며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재미있는 게임은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적절하게 분배한다. 너무 큰 목표만 있으면 플레이어는 지친다. 너무 작은 목표만 있으면 허무하다. 이 밸런스를 잡는 것, 목표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적절히 섞어서 배치하는 것이 게임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고양이 스낵바, 타일 서바이벌,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모두 이 밸런스를 잘 구현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멈출 타이밍을 찾기 어렵고, 계속 “하나만 더”를 외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