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재미를 찾아서 - 한 달간 프로토타입 4개를 만들며 느낀 점

May 30, 2026 · 25 min read

인디게임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3월 한 달간 열심히 기획서를 썼고, 운이 좋게도 인디게임 데브캠프 1차에 선정되었다.

기쁘긴 했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신청서에 적어낸 기획은 그럴듯했다. Bake It Tight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공정을 압축하는 배치 중심 공장 퍼즐 시뮬레이션이었다.

플레이어는 좁은 공간 안에 테트리스형 기계를 회전 배치하고, 레일로 연결해 쿠키 생산 라인을 만든다. 반죽기가 색을, 커터가 모양을, 데코레이터가 장식을 결정하고, 새로운 쿠키를 만들면 레시피북이 복원된다. 특정 쿠키를 만들면 할머니의 친구들이 찾아와 그 쿠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서로만 보면 꽤 괜찮았다. 좁은 공간에 기계를 끼워 넣는 퍼즐도 있고, 자동화 공장이 돌아가는 만족감도 있고, 쿠키 조합을 모으는 수집도 있고, 레시피북을 복원하는 서사도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 정도면 게임이 되겠는데?” 싶었다. 문제는 실제로 만들어 봤을 때였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직접 플레이해 봤는데 재미가 없었다. 데브캠프 세미나에서 산나비 대표님이 게임 기획은 구현하면 재미없어진다는 취지의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바로 이해됐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재미있어 보였던 게임이 실제로 조작 가능한 형태가 되자 갑자기 재미없어졌다.

나는 주로 모바일 짧은 캐주얼 게임을 만들어왔다. 한 판의 목표가 빠르게 보이고, 조작이 단순하고, 짧은 시간 안에 피드백이 돌아오는 게임에 익숙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PC용 시뮬레이션을 만들려고 했다. 여기에 자동화 게임의 만족감을 추가하고 싶었고, 퍼즐의 성취감도 추가하고 싶었고, 인디게임다운 서사도 넣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구현을 시작하자마자 질문이 너무 많아졌다.

이 게임은 공장 게임인가, 퍼즐 게임인가. 플레이어는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가, 라인을 예쁘게 접어 넣어야 하는가. 클릭은 핵심 조작인가, 보조 조작인가. 쿠키를 많이 만드는 게 재미인가, 새로운 쿠키를 발견하는 게 재미인가.

결국 5월 한 달 동안 게임의 재미를 찾기 위한 프로토타이핑을 반복했다. 이번 글은 그 과정에서 A, B, C, D까지 방향을 바꾸며 무엇을 덜어냈고, 무엇이 남았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초기 기획

처음 생각한 재미는 크게 네 가지였다.

핵심은 설계와 생산이었다. 설계는 퍼즐의 재미를 담당하고, 생산은 클리커와 성장의 재미를 담당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기존 자동화 게임보다 진입장벽은 낮고, 일반 퍼즐 게임보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초기 플로우도 꽤 명확해 보였다.

  1. 6x6 공간 안에 테트리스형 기계를 회전 배치한다.
  2. 기계와 레일을 연결해 생산 공정을 설계한다.
  3. 자동 생산으로 재화를 얻고 기계를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한다.
  4. 라인을 재설계해 새 쿠키를 만들고 레시피를 복원한다.
  5. 방문 이벤트와 보상을 거쳐 완전 자동 공장을 완성한다.

문서 안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프로토타입을 만들자 이 구조의 문제가 바로 드러났다. 퍼즐, 생산, 클릭, 성장, 수집, 서사가 모두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로는 하나의 루프였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여러 게임을 한 화면에 얹은 느낌에 가까웠다.

프로토타입 A

프로토타입 A는 초기 기획의 요소를 최대한 많이 넣어 본 버전이었다. 제한된 공간 안에 기계를 놓고, 레일을 연결하고, 쿠키를 생산하고, 병목이 생기면 클릭으로 처리한다. 주문도 들어오고, 새 쿠키를 만들기 위해 라인도 바꾼다.

직접 플레이해 보니 재미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선명했다. 좁은 공간 안에서 기계와 레일을 끼워 넣어 요구 쿠키 라인을 완성하는 순간은 재미있었다. 기계를 회전하고, 레일이 차지하는 칸까지 고려하고, 기존 라인의 일부를 살려 새 주문을 맞추는 과정에는 분명 퍼즐의 재미가 있었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공정을 압축한다”는 콘셉트 자체는 여전히 강했다. 이 게임을 계속 만들어도 되겠다는 감각은 여기서 왔다.

반대로 재미없는 부분도 분명했다. 한 라인을 만든 뒤 계속 클릭해서 쿠키를 생산하는 구간은 금방 지루해졌다. 나중에 아트가 붙고 쿠키가 알록달록하게 흐르면 보는 재미는 생길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반복 클릭의 지루함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클릭은 핵심 재미 요소가 아니었다. 기계를 클릭해서 병목을 해소하는 행위는 잠깐의 기다림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그 자체가 계속 하고 싶은 행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잘못 설계한 라인을 손으로 임시 보정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지인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피드백이 나왔다.

가장 아팠던 피드백은 “기존 라인을 다 갈아엎는 게 재미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새 주문을 주면 플레이어가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처럼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금 열심히 만든 라인을 버리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성취가 다음 목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취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A의 결론은 단순했다. 배치 퍼즐은 살릴 만하다. 하지만 클릭 생산은 핵심 재미가 아니다. 그리고 주문은 플레이어가 만든 라인을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라인을 조금씩 고치게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프로토타입 B

프로토타입 B에서는 구조를 하루 단위로 나눴다. 이전에는 배치와 생산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복잡했다. B에서는 배치 페이즈 + 생산 페이즈 = 하루로 나누기로 했다.

배치 페이즈에서는 오늘 들어온 주문을 보고 라인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버터쿠키 200개, 초코쿠키 100개”처럼 하루 동안 생산해야 할 쿠키 종류와 수량을 먼저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이 목표를 보고 기계를 사고, 업그레이드하고, 라인을 만든다.

생산 페이즈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의 하루를 약 3분으로 압축한다. 제한 시간 안에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날은 실패한다. 대신 실패해도 생산한 만큼의 재화는 얻는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A보다 목표가 명확해졌고, 세션도 끊겼다.

문제는 생산 페이즈였다. 단순히 기다리기만 하면 심심할 것 같아서 불량 쿠키 시스템을 넣었다. 레일 위를 지나가는 쿠키 중 불량품이 섞여 나오고, 플레이어는 불량품이 라인 끝에 도달하기 전에 불량품을 클릭해 제거해야 한다. 불량 쿠키가 기계에 들어가면 기계가 3초간 멈춘다. 잘 잡아내면 소량의 재화나 피버 게이지를 얻는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괜찮아 보였다. 생산에 목표와 긴장감이 생기고, 플레이어가 공장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운영한다는 감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하자마자 이상한 충돌이 생겼다.

공간 압축 퍼즐은 레일을 최대한 적게 깔수록 재미있다. 좁은 공간 안에서 레일을 짧게 접고, 기계를 빽빽하게 넣고, 낭비되는 칸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불량 쿠키를 클릭하려면 쿠키가 레일 위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 즉, 불량품을 잡기 위해서는 레일이 길어야 하고, 쿠키 속도도 어느 정도 느려야 했다.

반대로 내가 주고 싶었던 시각적 만족감은 쿠키가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쿠키가 빠르게 움직이면 불량품을 클릭할 시간이 부족했다. 두 개의 재미가 상충하는 셈이었다. 재미를 보강하려고 넣은 시스템이 오히려 원래의 핵심 재미를 방해하고 있었다. 이때 “기능을 추가하면 재미가 늘어난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느꼈다.

프로토타입 C

프로토타입 C에서는 레일 위 불량 쿠키를 실시간으로 클릭하는 방식을 제거했다. 대신 품질관리를 생산 라인과 조금 분리된 미니게임으로 바꾸는 방향을 생각했다. 생산 중 특정 기계에 품질관리 알람이 뜨고, 플레이어가 해당 기계를 누르면 작은 미니게임이 열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반죽기에서는 반죽을 굴려 이물질을 찾고, 커팅기에서는 반죽에 찍힌 모양과 커터 모양을 맞춘다. 토핑기에서는 토핑이 빠진 쿠키에 토핑을 올리고, 포장기에서는 여러 쿠키 중 불량 쿠키를 찾아 제거한다. 미니게임에는 제한 시간이 있고, 실패하면 해당 기계가 3초간 멈춘다. 성공하면 피버 게이지가 오른다.

이렇게 하면 생산 라인의 속도는 다시 빠르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키가 와르르 쏟아지는 시각적 만족감은 살리고, 플레이어의 개입은 짧은 품질관리 이벤트로 분리한다. 클리커도 완전히 없애기보다 피버 게이지를 조금 채우는 보조 행동으로만 남기면 될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꽤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 방향을 정리할수록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이제 게임에는 배치 퍼즐, 하루 단위 주문, 불량품, 품질관리 미니게임, 피버, 클릭 보상, 기계 정지 페널티가 모두 들어가 있었다. A에서 잡스럽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C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덜 거슬리게 만든 것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품질관리 미니게임은 이 게임의 핵심 질문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플레이어가 배워야 하는 것은 “좁은 공간에서 공정을 어떻게 접어 넣을까?”였는데, 갑자기 반죽에서 이물질을 찾거나 쿠키 중 불량품을 고르는 미니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각각은 작은 재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재미가 배치 퍼즐을 더 잘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 버전은 솔직히 끔찍했다. 기능만 보면 더 풍부해졌지만,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에서는 더 멀어지고 있었다. 재미를 살리려고 넣은 보조 시스템이 오히려 원래의 재미를 가리고 있었다.

프로토타입 D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 게임에서 정말 재미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프로토타입 D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때 참고가 된 게임은 Mini Motorways였다. Mini Motorways는 한 번 완벽한 도로를 설계하고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집과 목적지가 계속 생기고, 플레이어는 이미 만들어 둔 도로망을 계속 고친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한 번 찾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기존 구조를 얼마나 잘 살리며 수정하느냐였다.

Mini Motorways 게임 화면
Mini Motorways 게임 화면

이 관점으로 보니 Bake It Tight에서 재미있었던 순간도 다시 보였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쿠키를 많이 생산하는 것도, 불량품을 클릭하는 것도, 미니게임을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좁은 보드 안에서 기존 라인을 살리면서 새 요구에 맞게 기계와 레일을 다시 접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D에서는 방향을 크게 바꿨다.

현재 기준의 Bake It Tight는 작은 쿠키 공장을 오래 운영하는 1인 공정 생존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보드 안에 기계를 놓고 레일로 연결해 쿠키를 만들며, 보드 바깥 창구에 붙은 손님 계약을 처리한다. 한 창구라도 오래 납품받지 못해 손님이 떠나면 그날 영업이 끝난다.

기본 기계는 반죽기, 오븐, 토핑기, 커팅기 1개씩만 하단 보관 슬롯에 있다. 플레이어가 반죽기에서 오븐을 거쳐 창구 납품 포트까지 첫 유효 라인을 만들면 영업이 시작된다.

손님은 특정 쿠키와 수량을 요구한다. 납품이 끊기면 인내심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0이 되면 영업이 끝난다. 숫자 타이머를 직접 보여주기보다 손님 표정과 창구 강조로 위험을 읽게 하는 방향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업 중에도 계속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running 중에도 기계와 모듈을 배치하고, 이동하고, 회전하고, 보관하고, 레일을 만들고 삭제할 수 있다. 시간 정지, 기본 속도, 빨리감기도 제공한다. 보상 선택과 정산 중에는 시간이 멈추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은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라인을 계속 바꾸는 구조다.

보상도 줄였다. 돈, 가게 이벤트, 품질관리 미니게임, 피버, 포장기, 별점, 평점 보상은 일단 제외했다. 상점에서 기계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누적 쿠키 개수에 도달하면 보상 화면이 열리고 둘 중 하나의 보상을 고르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재료와 커터도 레일에 직접 연결하는 기계가 아니라, 기계 옆에 붙여 효과를 주는 1칸 모듈로 바꿨다. 이렇게 하니 게임의 질문이 훨씬 선명해졌다.

D는 A보다 시스템이 적다. B보다 생산 페이즈의 이벤트가 적고, C보다 보조 미니게임이 적다. 그런데 오히려 게임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더 잘 보인다. 그동안 나는 재미를 더하려고 자꾸 기능을 붙였다. 하지만 실제로 필요했던 것은 재미를 만들 기능이 아니라, 재미를 흐리는 기능을 덜어내는 일이었다.

프로토타입 D 화면
프로토타입 D 화면

남은 것

프로토타입을 여러 번 바꾸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재미 요소를 많이 넣는다고 게임이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배치 퍼즐, 클리커, 성장, 자동화, 불량품, 피버, 레시피북, 방문 이벤트까지 넣으면 풍부한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각각만 보면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이 아이디어들이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기준으로 Bake It Tight의 핵심 재미는 쿠키를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클릭을 반복하는 데도 없고, 품질관리 미니게임을 잘하는 데도 없다. 좁은 공간에서 기존 라인을 최대한 살리며 새 계약에 맞게 공장을 다시 접는 판단에 있다. 이 기준이 생기고 나니 앞으로의 의사결정도 조금 쉬워졌다.

아직 D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실제로 다시 만들어 보고 플레이해 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보다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는 명확해졌다.

재미를 찾는 과정은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과정이라기보다, 플레이어가 반복해서 더 잘하게 될 판단을 찾는 과정에 가까웠다. 이번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내가 배운 것도 결국 그것이다.

무엇을 더 넣을까보다, 플레이어가 어떤 판단을 반복해서 더 잘하게 만들까를 먼저 봐야 한다.


Share this article with your friends

Bluesky XformerlyTwitter LinkedIn Reddit
프로필 이미지

김다영

카비게임즈 대표이자 1인 인디게임 개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