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e It Tight의 2차 빌드를 완성하고 외부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했다. 혼자 만들고 직접 플레이하면서 고칠 부분을 찾아왔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도 내가 생각한 재미를 느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Bake It Tight는 작은 보드에 기계와 레일을 배치해 주문에 맞는 쿠키를 만드는 공장 퍼즐이다. 반죽을 만들고 모양과 토핑을 바꾼 뒤 오븐으로 보내는 생산 라인을 구성한다. 공간이 부족해지면 이미 만든 공장을 손봐야 한다.
2차 빌드는 여기서 주문 하나를 제때 완수하지 못하면 즉시 게임오버가 되는 구조였다. 정해진 종료 시점 없이 오래 버티며 누적 쿠키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이 2차 빌드로 테스트를 열고 사람들이 어디까지 플레이하는지, 게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무엇을 검증하고 싶었나
이번에는 튜토리얼과 본점의 초반 경험에 집중했다. 다른 맵이나 콘텐츠를 더 늘리기 전에 지금 만든 게임이 재밌는지부터 보고 싶었다.
- 별도 설명 없이 튜토리얼을 따라가고 본편에서 첫 생산 라인을 만들 수 있는가.
- 기계와 레일, 모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해하는가.
- 좁은 공간에서 라인을 연결하고 여러 쿠키를 동시에 만드는 순간이 만족스러운가.
- 진행이 어려워지면 무엇 때문에 막혔다고 느끼는가.
- 게임의 목표를 어떻게 이해했고,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가.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규칙이 많다. 기계를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어떤 주문부터 처리해야 하는지도 익숙하다. 내가 쉽게 넘기는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도 자연스러운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플레이 기록도 함께
테스트 전에 PostHog를 붙여 플레이 기록을 수집했다. 설문에서 기계가 부족했다고 답하더라도 어떤 기계를 언제 받았는지 알아야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록은 크게 네 묶음으로 나눴다. 튜토리얼 단계와 첫 생산 라인, 하루 단위의 납품량과 조작량, 기계 보상과 공간 확장, 게임 종료와 재도전이다. 게임오버가 발생하면 실패한 주문의 납품 수량과 그 주문을 처리할 생산 라인이 있었는지도 남겼다.
예를 들어 조작은 많은데 납품이 늘지 않는 날이 있다면, 공장을 고치느라 생산을 멈췄는지 살펴볼 수 있다. 라인이 돌아가는데도 주문을 끝내지 못했다면 생산량이나 제한 시간을 확인할 차례다. 다만 이런 숫자만으로 플레이어가 무엇을 생각했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설문과 함께 읽으려고 했다.
지표를 설계한 과정과 대시보드 구성은 이전 글인 테스트 전에 애널리틱스를 붙인 이유에 정리해두었다.
테스트 모집
9월 2일 itch.io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설치 부담을 줄이려고 브라우저에서 실행하는 WebGL 빌드를 올리고, 한국어와 영어 Google Forms 설문을 함께 준비했다. 영어 모집 글은 Reddit의 r/puzzlevideogames에 올렸다. 한국 커뮤니티와 Discord, 개인 X 계정에도 테스트 참여를 부탁했다.
링크를 받은 사람이 스스로 게임을 시작하고 가능한 만큼 플레이한 뒤 설문을 남기는 비동기 테스트였다. 끝까지 플레이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실행하지 못했거나 튜토리얼 도중 그만둔 사람도 답할 수 있도록 설문을 나눴다.
설문에는 플레이 시간과 진행 범위, 규칙과 조작의 이해 정도를 넣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 혼란스러웠던 순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행동도 물었다. 평가 점수와 함께 구체적인 경험을 듣고 싶었다.
9월 2일부터 9일까지의 테스트를 정리했다. 플레이 기록은 19명, 설문은 한국어 5건과 영어 4건을 합쳐 9건이 모였다. 설문 제출은 9월 2일부터 6일 사이에 이뤄졌다. 참여 인원과 단순 비교하면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응답이 돌아왔다.
테스트 검증
지표나 설문은 바로 집계하지 않고 실제 플레이 기록과 대조해봤다. 설문과 게임에 같은 식별자를 넣어 자동으로 연결하지 않았으므로 제출 시각과 세션 시간, 진행한 날짜, 답변에 적힌 사건을 하나씩 비교했다.
이를테면 반죽기가 필요한데 토핑기부터 받았다는 답변이 있었다. 해당 플레이로 추정되는 기록을 보니 실제로 4일차와 6일차에 토핑기를 받았고, 7일차에야 반죽기 3대를 갖췄다. 답변에 적힌 불편이 어느 시점에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
9건 중 4건은 제출 시각과 진행 내용이 잘 맞았다. 다른 4건은 플레이 시간의 자기보고나 제출 시각에 차이가 있었지만, 진행도와 사건을 근거로 연결할 수 있었다. 두 집단은 연결이 얼마나 확실한지 구분해 기록했다.
남은 1건은 맞는 플레이 기록을 찾지 못했고, 자유 응답도 실제 게임 경험을 확인하기 어려운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허위 응답이라고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전체 9건의 집계와 이 응답을 뺀 8건의 집계도 구분해서 확인했다.
응답이 적을수록 한 건의 영향이 크다. 이번에는 피드백을 근거로 게임을 바꿀지 정하기 전에, 그 답변이 실제 경험과 얼마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도움이 됐다.
플레이에서 확인한 것
19명 중 18명이 튜토리얼을 완료했고, 17명이 본편에서 첫 생산 라인을 연결했다. 1일차를 마친 사람은 15명, 7일차까지 도달한 사람은 7명이었다.
튜토리얼 통과율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요 분석에 사용한 설문 응답자 8명은 모두 16분 이상 플레이한 사람들이었다. 연결된 설문이 없는 11명 중 7명은 약 7분 이내에 플레이를 마쳤다.
설문에는 어느 정도 오래 남아준 사람들의 경험이 담겨 있었다. 짧게 플레이한 사람들이 왜 나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아서 답해준 사람들이 어떤 순간을 좋아했고 무엇을 원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먼저, 주요 분석 대상 8명 모두 만족스러웠던 구체적인 순간을 적었다. 공간이 없어 보였는데 레일을 연결했을 때, 여러 메뉴가 동시에 생산될 때, 게임오버 직전에 주문을 해결했을 때였다. 한 응답자는 일시정지하고 고민하다가 레일을 연결했을 때의 쾌감을 적었다. 제약 안에서 공장을 성립시키는 경험은 살리고 싶었다.
진행도와 전체 경험 점수를 나란히 놓고 보니,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었다고 전체 플레이를 높게 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2일차까지 플레이하고 5점을 준 사람이 있는 반면 11일차까지 기록이 남은 사람은 2점을 줬다. 14일차를 마친 사람의 평가도 3점이었다. 많이 진행한 사람들의 평가가 높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 답변을 다시 읽어봤다.
14일차를 마치고 3점을 준 응답자는 주문을 빨리 끝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150개 주문을 149개까지 채워놓고 시간 제한이 끝나기 전에 다른 주문을 받아서 천천히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납품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없다는 불만도 있었다. 다른 응답자도 하루의 승리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장을 완성하는 순간의 재미는 있었지만, 그 뒤에도 적극적으로 운영할 이유가 충분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11일차까지 기록이 남은 응답자는 2점을 줬다. 필요한 반죽기 대신 토핑기를 먼저 받았다는 불만이었다. 이 응답자는 보상을 고르고 싶다고 했고, 다른 응답자들도 업그레이드를 선택하거나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남겼다. 공장을 더 키우고 싶어도 어떤 기계를 받을지 직접 정할 수 없으니 행동이 제한되었다.
이 불편을 납품량과 함께 봤다. 반죽기 1대일 때 하루 납품량 중앙값은 178개, 2대일 때 343개, 3대일 때 521개였다. 일차별 납품량도 반죽기를 추가로 받는 시기 전후로 늘어났다. 반죽기가 생산을 담당하니 예상할 수 있는 관계였다.
문제는 생산량을 늘릴 기계를 언제 받을지 플레이어가 직접 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나중에 반죽기를 받더라도 필요한 순간에 다른 기계를 받고 기다린 불편은 남았다. 낮은 점수의 이유를 이 불만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기계를 직접 고르게 해 달라는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주문을 더 열심히 처리할 이유와 그에 맞춰 공장을 바꿀 수단을 함께 고민하게 됐다.
학습에도 간극이 있었다. 처음에 단순한 생산 라인을 연결했어도 반죽기·커팅기·토핑기를 함께 써야 하는 주문에서는 막혔다. 실패한 주문을 처리할 라인이 없는 상태로 게임오버된 3건이 모두 이런 조합이었다. 튜토리얼을 끝냈다는 기록만으로 본편에서도 규칙을 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선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보며 기존 빌드에는 선택할 여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필요한 기계를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적고 운이 생산량을 좌우했다. 주문을 잘 처리해도 무엇을 얻는지 분명하지 않다면 운영도 단조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주문 완수 보상을 코인으로 바꿨다. 정해진 기간 동안 번 돈으로 최종 성적을 평가하고 별을 받도록 했다. 더 복잡한 주문일수록 더 높은 보상을 주고 싶었다. 기존에는 단순한 라인에서 만든 쿠키나 복잡한 라인에서 만든 쿠키나 가치가 같았다. 코인을 도입하면서 이 보상에 차이를 뒀다.
또한 플레이의 끝을 정하려고 기존의 무한한 플레이 시간을 12일 계약으로 줄였다. 일반 주문을 놓쳤을 때도 즉시 게임오버가 되는 대신 벌금을 내도록 바꿨다. 이제는 모든 주문을 무조건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어떤 주문에 기계와 시간을 쓸지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어려운 주문을 완수해 큰 보상을 노릴지, 익숙한 주문을 많이 처리할지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 실수하더라도 남은 기간에 다른 주문으로 만회할 수 있게 했다.
VIP 주문도 추가했다. 납기는 짧지만 보상은 높고, 놓쳐도 벌금은 없다. 지금 잘 돌아가는 일반 주문 라인을 유지할 수도 있고 일부를 바꿔 VIP에 도전할 수도 있다. VIP를 잘 처리한 사람이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기를 기대했다. 공장을 바꿔가며 도전할 이유가 있어야 생산을 기다리는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았다.
그렇다고 VIP만 처리하는 것이 언제나 정답이길 바란 것은 아니다. 공장을 바꾸는 동안 일반 주문의 생산이 끊길 수도 있고, 그 주문을 놓쳐 벌금을 낼 수도 있다. 일반 주문에 집중하는 운영도 성립하고 둘 다 잘 처리하는 사람은 더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랐다.
기계 변환도 도입했다. 받은 기본 기계를 반죽기·토핑기·커팅기로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했다. 기존에 쓰던 기계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므로 필요한 종류가 보상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 불편을 줄였다.
기계를 활용하는 실력이 점수의 차이로 드러났으면 했다. 한정된 기계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가공 기계를 잘 활용하면 남는 기계를 반죽기로 돌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같은 수의 기계를 받아도 공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쿠키를 납품하고 높은 성적을 노리는 식이다. 반죽기만 늘리면 필요한 모양과 토핑을 만들 수 없으니 주문에 맞춰 구성을 조절해야 한다.
내가 보존하고 싶었던 것은 이미 만든 공장을 활용하며 여러 메뉴를 함께 생산하는 재미였다. 새 주문마다 공장을 전부 철거하는 일을 반복시키려던 것은 아니다. 기계 변환과 주문 보상이 실제로 흥미로운 선택을 만드는지는 다음 플레이테스트에서 확인해 볼 예정이다.
UI와 조작 수정
공장을 구성하는 재미가 있어도 화면이 가려지거나 원하는 조작이 바로 되지 않으면 그 과정이 불편해진다. 주문 UI가 보드 일부를 가린다는 의견과 일시정지를 단축키로 하고 싶다는 요청도 받았다.
주문 목록은 화면 왼쪽의 세로 영역으로 정리하고 돈과 시간은 오른쪽 아래에 모았다. 생산에 집중하면서 주문과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화면을 다시 배치했다.
시간 조절은 스페이스바로 정지·일반·2배속을 조작할 수 있게 했다. 기계 변환은 C, 확대·축소는 Z·X나 마우스 휠로 조작하도록 하고 설정에서 키를 바꿀 수 있게 했다. 특히 공장을 고치기 전에 시간을 멈추고 다시 진행하는 행동을 더 편하게 만들고 싶었다.
튜토리얼은 기존 58단계에서 46단계로 줄였다. 초반의 긴 설명을 덜어내고 본편에서 처음 만나는 중요한 상황은 그때 안내하도록 정리했다. 이것이 본편에서의 이해로 이어지는지도 다시 확인하려고 한다.
다시 확인할 것
이제 Bake It Tight는 12일 동안 공장을 운영하며 최대한 벌고, 마지막에 돈과 별로 성적을 확인하는 게임이 됐다. 일반 주문을 유지할지 VIP를 노릴지 판단하고 그에 맞춰 기계 구성을 바꿀 수 있다.
새로운 버전에서 일반 주문과 VIP를 어느 정도씩 처리하는지, 그 차이가 성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고 싶다. 기계를 바꾼 횟수뿐 아니라 주문에 맞춰 바꾼 기계를 실제로 활용하는지도 궁금하다. 설문에서는 그 과정이 흥미로웠는지, 번거롭거나 막막했던 순간은 없었는지 들으려고 한다.
이번에 진행한 플레이테스트 덕분에 남아 있는 재미와 고쳐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부디 직접 결정하는 재미가 생기길 바란다.
새로운 빌드는 itch.io에서 바로 플레이할 수 있다.